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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법 임박…자사주 활용 교환사채 발행 '꼼수' 기업 급증

9월 3차 상법개정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유력
자사주로 EB발행하는 기업 8월달에 8곳
신주발행 없이도 지분 희석 자금 사용 목적도 불분명
이현정 기자 2025-08-30 08:28:48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상반기에 이어 8월 들어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났다.

국회가 9월 더쎈 상법 즉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 3차 상법 도입을 앞두고 기업들이 너도 나도 자금 조달을 빌미로 처분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신주 발행이 없어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자금 조달책'이라고 하지만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을 공시한 기업은 8곳으로 집계됐다. 전월(3곳)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교환사채(EB) 발행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소각을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 전후로 기업들이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선 영향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2일~6월 27일)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1조244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교환사채 발행 총액 5750억원의 2.16배 수준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표면·만기이자율 0%에 EB를 발행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면서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던 셈이다.

기업이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는데 더불어민주당이 3차 상법 개정을 예고 하자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의심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과 맞물려 교환사채 발행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무건전성이 충분함에도 EB 발행을 강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자금 사용처도 불분명한 곳이 증가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발행 주식 수 대비 자사주 보유 비율이 24.41%로 높은 편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27일 이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태광산업은 교환사채 발행 이유를 신사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올해 3월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5229억원이다. 지난달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대금 7776억원도 받았다. 반면에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은 877억원 수준이다.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원 이상이어서 당장 자금 조달이 급하지 않다는 의미다.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이번 교환사채 발행을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과 주주 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교환사채 발행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이어 주식 총수의 3.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기반으로 45억원 규모 EB를 발행하기로 한 반도체 장비 기업 씨앤지하이테크는 유동비율이 240%에 육박하며 838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총수의 7.28%에 달하는 자사주를 활용해 302억원 규모 EB를 발행하는 국도화학도 유동비율은 147%이고 이익잉여금은 6971억원에 달한다.

주식 총수의 6.84%에 이르는 자사주로 69억원 규모 EB를 발행하는 동방아그로도 1702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둔 상황이다. 유동비율도 350%를 웃돈다.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사업 운영자금'(삼천당제약)이나 '해외법인 설비투자'(국도화학·진성티이씨)로 짧게 기재하는 식이다.

여태껏 관망하던 기업들이 9월 3차 상법개정안이 임박하자 자사주를 처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DB하이텍, INVENI 등도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자사주 기반 EB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와 달리 신주 발행을 수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채권자가 교환권을 행사할 경우 자사주와 달리 의결권이 되살아나 지분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의 비판이 거세게 일자 주주환원 여지를 남겨놓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에스앤에스텍은 EB 발행 금액 20%에 대해 콜옵션을 확보해 콜옵션으로 매입한 수량은 전량 소각하기로 했고 진성티이씨는 EB 발행과 함께 발행 주식 총수의 약 2%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소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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