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메모리·파운드리 업황의 저점 통과가 맞물리자, 삼성전자 협력사인 두산테스나, 에이팩트, 한양디지텍의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서 에이팩트 주가는 18.54% 오르며 반도체 관련 업종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산테스나와 한양디지텍도 각각 17.72%와 15.34%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갱신했다. 삼성의 제품·라인 전환(DDR5·LPDDR5X, 첨단 CIS·전력칩, 고대역폭 메모리 생태계 보강)에 맞춰 테스트·모듈·기판 수요가 단계적으로 살아나고, 그 물량과 단가(ASP)가 협력사 실적 가시성으로 전이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두산테스나, 웨이퍼 테스트 ‘복잡도 프리미엄’ 부각
두산테스나는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의 ‘현장 접점’에 서 있다. AP·이미지센서(CIS)·PMIC 등 다양한 칩을 다루는 만큼, 공정 미세화와 설계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테스트 공정의 깊이와 시간이 늘어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산테스나의 파이프라인이 두터워진다. 삼성의 파운드리·시스템 LSI 신제품 로드맵이 전진할 때마다 신규 패턴 개발, 장비 레이아웃 확장, 전용 라인 램프업이 뒤따르고, 이는 가동률과 단가에 동시에 우호적이다. 단순 물량 확대가 아니라 ‘복잡도 프리미엄’이 붙는 영역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에이팩트는 메모리 특화 테스트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DDR5·LPDDR5X로의 전환, 모바일·서버 양쪽에서의 속도·저전력 요구, 적층·패키징 방식의 변화는 모두 테스트 시나리오를 복잡하게 만든다. 제품 조합이 세분화될수록 외주 테스트 의존도와 러닝타임이 늘어나는 게 업계의 일반론이다. 에이팩트는 여기에 대응해 장비·소프트웨어·테스트 케이스를 묶은 ‘패키지’를 쌓아 왔다.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규격 다변화’ 국면(용량·속도·전압·온도 특성)에서는 표준화된 대량 테스트와 고객 맞춤형 검증을 병행할 역량이 중요해지는데, 그 교차점에서 실적 레버리지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에이팩트 실적 반등의 주요 요인은 반도체 패키징 부문의 성장"이라며 "삼성전자 등 메모리 생산 업체가 HBM 중심의 첨단 패키징에 전환 투자를 집중함에 따라, 레거시 제품 중심으로 외주 물량이 증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 한양디지텍, 모듈·기판 ASP 개선… 납기·품질 경쟁력 강화
한양디지텍은 모듈·기판 쪽에서 낙수효과를 흡수한다. 서버·PC·모바일 등 주요 세그먼트의 메모리 모듈(예: RDIMM/UDIMM·LPDDR 패키지 기반 솔루션), 고다층 인쇄회로기판(HDI)·테스트 보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고, 고객사의 제품 전환 속도에 맞춰 공급을 최적화하는 ‘풀필먼트’ 역량을 앞세운다. AI 서버로의 투자 초점이 옮겨가면서 모듈의 집적도·발열·신뢰성 요건이 높아졌고, 이는 설계–조립–검증–납품까지 이어지는 전 공정에서의 품질관리(QA)·납기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메모리 모듈 단가는 사이클 영향이 크지만, 규격 전환기에는 부품 믹스와 사양 업그레이드로 평균판매단가가 개선되는 구간이 반복된다. 한양디지텍의 주가가 ‘규격 전환–납품 확대’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협력사라는 타이틀이 왜 중요할까. 글로벌 빅테크의 주문 변화가 삼성의 생산계획으로, 다시 협력사의 수주·가동률로 옮겨붙는 시간이 짧다. 스펙 동기화도 중요하다. 서버용 DDR5·LPDDR5X·차세대 CIS·전력칩 등에서 요구되는 테스트·모듈·기판 스펙을 삼성의 개발 단계부터 공유·반영할 수 있어, 양산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라인 증설·전환, 해외 생산거점 확대가 진행될수록 협력사 입장에선 CAPEX·인력 계획을 선행적으로 세울 근거가 생긴다.
두산테스나·에이팩트·한양디지텍이 ‘삼성 협력망’이라는 타이틀을 지속 가능한 이익 체인으로 증명한다면, 이번 상승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 사이클의 초입을 알리는 청신호로 남을 것이다.
나아가 이들 3사가 '삼성 협력망'이라는 강점을 토대로 꾸준한 성장해 매출 다변화 허들을 넘어선다면 장기 성장 궤도에 올라타 차기 반도체 경기 순환에서 더 큰 도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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