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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3

확장 현실(XR)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메타·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가 ‘갤럭시 XR’을 출시하며 3강 체제가 구축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가격과 생태계, 기술 전략이 다른 3대 기업이 시장 확보에 나서면서 부품·콘텐츠 기업들이 새로운 테마를 형성하면서 부상하고 있다.
◆ 삼성, ‘안드로이드 XR’로 제3의 길 개척
삼성전자는 22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갤럭시 XR을 선보이며 XR 시장에 본격 참전했다. 이번 제품은 구글·퀄컴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최초로 탑재한 헤드셋으로, 음성·시선·제스처를 동시에 인식하는 멀티모달 AI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했다.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패스 스루(Pass Through)’ 기능, 4K 마이크로 OLED, 545g의 경량 설계 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가격은 1799달러(한화 약 269만원)로 책정됐다. 애플 ‘비전 프로’(499만원) 대비 절반 수준이며, 메타의 ‘퀘스트3S’(약 39만원)보다는 4~7배 비싸다. 삼성은 저가형과 초고가형 사이의 ‘중간지대’를 공략하며, 개방형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무기로 삼고 있다. 구글 지도·유튜브·포토 등 안드로이드 앱 대부분을 XR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으며, 어도비·NBA·네이버 치지직 등 글로벌·국내 파트너들과 콘텐츠 제휴를 확대했다.
◆ XR 산업 성장률 39%…글라스 전쟁도 예고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은 2024년 960만대에서 2025년 1,430만대로 39.2% 증가했다. 2028년에는 229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삼성의 진입으로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며 산업 전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업계는 향후 XR 시장의 승부가 ‘헤드셋’이 아닌 ‘스마트 글라스’로 옮겨갈 것으로 본다. 메타는 레이밴과 협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내장형 스마트 글라스를 공개했고, 애플은 2027년 아이폰 연동형 글라스를 개발 중이다. 삼성도 젠틀몬스터·와비파커와 협력해 2026년 경량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 주식시장, XR 수혜 연쇄 부각
삼성의 XR 참전은 국내 부품·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대표적인 수혜주는 선익시스템, 라온텍, 맥스트, 위지윅스튜디오, 엔피, 나무가, 뉴프렉스 등이 꼽힌다.
선익시스템은 마이크로 OLED 증착장비를 양산하는 세계 1위 업체로, XR 기기에 필수적인 OLEDoS 증착 장비를 공급한다. 라온텍은 스마트 글라스·HUD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와 SoC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맥스트는 산업용 증강현실(AR) 솔루션과 XR 메타버스 플랫폼 ‘맥스버스(MAXVERSE)’를 운영하며, XR 콘텐츠·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핵심주로 평가받는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위지윅스튜디오와 자회사 엔피가 XR 실감형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LED Wall 기반 XR STAGE를 운영하며 방송·광고용 XR 영상 제작을 주도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바이브컴퍼니, XR 교육·훈련 솔루션을 개발 중인 이노시뮬레이션, 카메라 모듈 강자인 나무가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기술 전환기, 장기 성장 가능성 주목
XR은 단순한 하드웨어 교체가 아니라 컴퓨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에서 AI·XR 융합기기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센서·광학·콘텐츠 등 전 산업 가치사슬이 재편된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공급망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수익화의 불확실성이 크다. 고가 기기의 대중화, 콘텐츠 부족, 착용감 개선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XR 산업이 본격적인 수익 사이클에 진입하기까지는 2~3년이 더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의 갤럭시 XR 출시는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트리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타의 저가 전략과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 사이에서 ‘개방형 생태계’라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한 삼성의 행보가, 향후 글로벌 XR 시장의 균형추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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