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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끝없는 진화…주사제 이어 경구제·다중작용제까지

아이큐비아, 기술경쟁 촉진…"비만약 시장 독점 해제" 예측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2025-11-04 10:41:18
한미약품그룹

인류의 비만과의 싸움이 의과학적 진보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운동이나 식이조절 등 전통적 요법에서 벗어나 주사제나 수술적 치료가 대세였다면, 이제 경구제 및 다중작용제 등으로 차세대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위고비·마운자로…비만시장 각축전 

4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최근 발간 보고서에서 현재의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잇는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다중작용제와 경구제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노보노디스크가 약 65%, 일라이 릴리가 약 3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입증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지배적 위치에 올랐다.

위고비는 지난해 10월 출시 후 첫 분기에 시장 1위 제품이 됐고 출시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열광하고 있지만, 이들 약제가 완벽한 약제는 아니다. 근육량 감소 우려 등이 해결해야할 대표적 과제로 꼽힌다.

공급 부족이나 높은 가격도 비만환자의 손쉬운 접근을 제한하는 요소다. GLP-1 작용제는 월 500∼1천달러(약 71만원∼143만원)가 필요하다. 

◆ 다중치료제…베링거인겔하임·알티뮨 주목

아이큐비아는 이런 상황에서 다중작용제가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중작용제는 1개 약물로 여러 표적을 동시에 조절해 복합적인 치료 효과를 내는 약물이다.

대표적으로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두타이드', 알티뮨의 '펨비두타이드'가 꼽혔다.

이들 약물은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겨냥한다. 글루카곤은 간에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GLP-1과 결합 시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지방간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다는 설명이다.

위고비의 경우 GLP-1 수용체만 자극하는 단일작용제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 수용체, 글루카곤 수용체 등 3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한다. 개발만 되면 일라이 릴리의 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아이큐비아는 전망했다.

바이오·제약업계는 근육량 감소를 줄이면서 비만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약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금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경구용, 먹는 비만치료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고용량 버전과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저분자 GLP-1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은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동제약그룹

◆ 일동제약 '경구제'·한미약품 '근손실 극복' 속도전

국내제약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동제약이 개발중인 GLP-1RA 신약물질 먹는 비만약 'ID110521156'은 임상 1상 톱라인 결과에서 체중 감소 등 효과를 확인했다. 위장관·간독성 관련 중대한 이상 사례가 없어 안전성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감량 효과도 확인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동제약그룹은 내년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ID110521156에 대한 후속 개발 작업을 추진하는 한편, 현재 논의 중인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등 상용화와 관련한 파트너링 활동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GLP-1 치료제 최대 단점인 근육 감소 부작용을 극복한, 근육량 증가와 지방 선택적 감량을 동시에 구현하는 비만치료제 'HM1732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투약 40주차에 최대 30%에 이르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3상 중간 톱라인 결과를 지난달 공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제약사 기술로 자체, 최초 개발한 비만 신약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출시된 약물 대비 구토나 오심 등 이상사례 발현 비율도 관련 기존 이상 사례 발현율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비율로 적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수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능은 타 GLP-1 제품들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연내 허가 신청 계획을 염두해 64주차까지 투약·관찰이 필요한 임상 과제임에도 이례적으로 40주차 중간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수한 경쟁력과 안전성, 시장성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연내 허가 신청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 무렵 출시될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적 런칭에 한미의 역량을 더욱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이큐비아는 차세대 비만치료제가 기존 GLP-1 작용제의 낮은 치료 지속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GLP-1 작용제 1년 후 치료 지속률은 국가별로 1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이큐비아는 "비만 치료제는 글로벌 빅파마가 선점한 시장"이라면서도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고 기술 혁신이 계속되는 만큼 후발주자에게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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