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반도체 박리액 제조기업 엘티씨의 자회사 엘에스이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에 소액주주연대가 반대를 공식 천명했다.
엘티씨의 자회사 엘에스이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에 소액주주연대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자회사 상장이 물건너 가는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엘티씨의 자회사 상장이 새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주식시장 활성화를 공언하며, 쪼개기 상장, 기업분할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엘씨티가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자, 금융당국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중소기업계와 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반도체 공정 소재·개발 업체 엘티씨, 중복 상장 우려에도 자회사 상장 추진
반도체 공정 소재 개발·제조 전문 기업 엘티씨(최호성 회장)는 2007년 창업 이래, 2013년 코스닥 상장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반도체 공정 화학물질 개발 업체로 성장했다.
엘티씨의 주요 제품은 LCD, OLED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박리액, 현상액, 세정액 등이다.
이들 제품은 삼성디스플레이, LB세미콘, 한화인텔리전스 등 다양한 고객사로부터 신뢰받고 있으며, 특히 엘티씨의 박리액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주력 제품으로 꼽힌다.
엘티씨 자회사인 엘에스이는 1994년 설립된 반도체 세정장비 전문기업 무진전자가 모태다. 과거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백사이드 클린(Backside Clean) 장비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2021년 임직원 기술 유출 사건으로 위기를 겪었다. 이후 2022년 엘티씨가 약 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지분 47.6%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두 회사 모두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사업 구조 상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중복상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엘티씨가 신소재를 개발하면 엘에스이가 이를 세정 장비에 적용하고, 자회사 엘에스에이엠이 양산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특히, 엘에스이는 2022년 엘티씨에 인수된 이후, 작년 기준 엘티씨 연결 매출의 71%, 영업이익의 99%를 차지한 핵심 자회사로, 향후 SK하이닉스 청주 M15X 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장비 공급이 예정돼 있어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것으로 전망된다.

■ 소액주주연대 “모회사 가치 저평가 우려”...자회사 상장 반대
소액주주연대는 엘티씨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할 경우, 엘티씨의 기업가치가 공동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자회사 상장을 앞둔 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불확실성과 가치 하락으로 저평가 상황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공장 증설 및 연구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주주 측은 차입이나 유상증자 등 다른 대안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상장이 자회사 인수 당시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목적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엘티씨 주주연대는 “우리는 장기적인 성장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인데, 이제 와서 핵심 사업을 분리해 상장하겠다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정부가 강조해온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도 반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작년 기준으로 엘에스이는 엘티씨 연결 매출의 71%, 영업이익의 99%를 차지한 핵심 자회사”라며 “회사가 상장 추진을 강행할 경우, 모든 합법적 수단을 통해 주주 권익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의 윤태준 소장은 “엘에스이 사례는 소위 ‘쪼개기 상장’이 가져오는 지배구조 문제의 전형”이라며 “자회사 실적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의 분리 상장은 모회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중복상장...철회 가능성?
엘티씨의 자회사 상장은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복상장은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나란히 상장해 투자자 보호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금융당국과 거래소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금융당국의 기조에 상장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상장을 추진하다 제동이 걸렸고, 거래소로부터 기존 주주 보상안 마련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킵스파마는 자회사 배터리솔루션즈의 연내 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코미코 역시 자회사 미코세라믹스의 상장 계획을 접은 뒤 흡수합병을 검토 중이다.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는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 시장위원회로부터 최종 상장 미승인 결정을 받아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이러한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엘티씨 측에 거듭 입장을 물었지만, 엘티씨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투자업계 일부에서는 자회사 상장을 철회하거나 자회사를 합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엘티씨 측에 이와 관련한 질문을 했지만, 역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