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벌써 2조원 늘어…불붙은 ‘영끌’
2025-06-15

트럼프 발 관세전쟁과 하반기 경기 전망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 등급(신용 등급 전망 포함)이 무더기로 떨어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로 기업 재무 상황이 악화한 데다, 건설업·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의 실적 부진이 계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 여파로 평가 대상 중 절반이상의 저축은행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기업 신용 등급이 추락하면 기업들은 웃돈을 주고 돈을 빌려야 하고 자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 즉 부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매출이 줄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중고로 인해 ‘도미노 부도’가 우려된다. 탄핵 정국 이후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에 달했고 내수 마저 얼어붙어 허약해진 한국 경제에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조짐은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부터 촉발됐다.

◇ 무디스, 삼성전자 무담보채권 등급 하향 조정
무디스가 25년 1월,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해 직격했다. 신용등급 'Aa2'인 삼성전자 선순위 무담보 채권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무디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기술 리더십은 지난 몇 년간 약화했다"며 "치열한 경쟁과 변화하는 시장 역학 속에서 리더십을 되찾는 계획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 선순위 무담보 채권 신용등급을 22년 9월 안정형으로 올렸다가 25년 1월 다시 강등한 것이다.
무디스는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Baa3)에서 투기등급(Ba1)으로 강등했다. 석유·2차전지 업황 악화와 과중한 차입 부담이 원인이었다. 엔씨소프트의 제3-2, 3-3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됐다.
2차전지 소재 회사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신용등급 'AA+'인 고려아연도 최근 등급정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호텔신라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S&P글로벌은 올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장기 발행자 신용 등급과 채권 등급을 'BBB+'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LG화학의 화학 부문은 중국발 공급 과잉, 수요 부진에 따른 업황 약세, 무역 긴장 전망 등으로 "2025년에도 업황 사이클의 바닥권에 머무를 것"으로 했다.
S&P는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전기차 배터리 수요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와 관련해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재무지표는 점진적인 설비 투자 감축에도 불구하고 기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기업 3곳 중 2곳 신용 등급 하향
한국기업평가(한기평),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도 기업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한기평은 올 상반기 63개 기업의 신용 등급과 전망을 조정했는데 이 중 42곳(67%)의 신용 등급과 전망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신평은 기업 55곳의 신용 등급을 조정했고, 39곳(71%)의 신용 등급과 전망을 낮췄다.
나신평도 평가를 조정한 74곳 중 47곳(64%)에 대한 평가를 낮췄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 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의 재무 상태와 국내외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해 매년 6월, 장기 신용 등급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 ”건설·석유화학업이 신용 하락 주도”
업종별로 보면 건설과 석유화학 기업의 신용등급이 주로 하락했다.
건설업은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우발 채무 부담과 미분양 물량 증가 등이 신용 등급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미분양 물량이 1년전 6만 4874가구에서 현재 7만2129가구로 늘었다.
석유화학 업계도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가 악화의 원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중국의 플라스틱이 내수 위축에 부딪혀 과잉 공급될 위험에 처했다”며 “새로운 무역 문제로 확산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석유화학공업연맹에 따르면 중국 내 폴리프로필렌은 연간 1,840만 톤이 초과 공급되며 글리콜(940만 톤), 폴리에틸렌(360만 톤), 메탄올(240만 톤) 등도 모두 공급 과잉 상태다. 문제는 중국이 초과 공급 물량을 저가에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 부동산PF 부실 여파에 저축은행 신용 등급 ‘휘청
한기평·한신평·나신평 등 3대 신용평가사는 상반기에 신용 등급을 보유한 30개 저축은행 중 16곳의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전망을 하향 평가했다.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지난달 25일 저축은행 3곳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했다. 고려저축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하향했고 예가람저축은행의 장기 등급과 다올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ICR)은 ‘BBB+’에서 ‘BBB’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바로저축은행의 ICR 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하향했다. JT친애저축은행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BBB-’를 받았다. 이전 ‘BBB’에서 낮아진 것이다.

주요 원인은 부동산 PF에 따른 건전성 악화가 꼽힌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계의 전체 적자 규모가 5,758억 원에 달한 점도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기평은 바로저축은행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관련 “브릿지론(토지매입 단계 PF)을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지속하고 있고 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자본감소에 따른 레버리지 관리 부담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2024년에도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30곳 저축은행 중 17곳의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전망을 낮췄다.
신용등급 조정은 저축은행의 자본조달 위축으로 이어진다. 퇴직연금은 정기예금과 함께 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수입원이다. 저축은행은 은행을 통해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BB’(투기등급)까지 떨어지면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제외된다. 실제 2024년 9월 페퍼저축은행은 신용등급 ‘BBB’에서 ‘BBB-’로 조정되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 총자산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2022년 말 139조 원까지 불었던 저축은행들의 총자산은 2025년 1분기 123조 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 검찰,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한기평·한신평 압수수색...시장에 악재
'홈플러스 단기채권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기평과 한신평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지난 2월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나흘 만인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검찰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1차 통보를 받은 2월 25일 이전에 이를 알고서도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경영진 등이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기업회생 신청을 숨기고 단기채권을 발행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통해 한기평·한신평이 홈플러스 측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 경고·고지한 시점 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금리 인하 시점 주목...하반기 비은행 금융업종 무더기 신용하락 우려 확산
최근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면서 국내 기준 금리 인하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22년 4분기(10~12월) 연 5%대를 돌파한 이후 올해 1분기(1~3월)까지 계속해서 연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 대출 금리가 1년 넘게 연 5%대를 유지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하반기 금융업종에 대한 우려가 컸다.
국내 채권전문가들은 “부동산 PF, 해외 대체투자 위험, 가계부채 등 금융환경의 불리한 환경을 고려할 때 추가적으로 신용도 하락 압력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하반기 브릿지론(토지매입부터 본 PF 단계 이전까지의 대출), 미국· 유럽 등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국내 금융사의 투자 손실 우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사의 손실 가능성 등을 감안할 경우 비은행 금융사(증권·카드·캐피탈·저축은행)의 신용도 하락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새마을금고의 부실화, GS건설의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 발표 등 일련의 사태도 결국 고금리와 연결된 부동산 문제로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채권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지속→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둔화→부동산 금융경색’이라는 영향권아래에서 금융권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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