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손실 2천억인데 보수 358억' 수령… 진원생명과학 소액주주 “총 사퇴”

경영 실패 및 경영진 도덕적 해이 심각
1대 주주 2대주주 지분율 격차 2% 불과
소액주주연대, 임시주총 통해 '경영진 교체' 추진
조시현 2025-07-28 17:13:51
진원생명과학 CI. 홈페이지

진원생명과학 소액주주들이 박영근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는 28일 보도자료에서 진원생명과학 소액주주연대가 “회사가 수년간 누적된 경영 실패와 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액트에 따르면 25일 기준 913명의 주주가 집단행동에 참여해 약 618만주(7.28%)의 지분을 확보했다. 한편, 3월 26일 기준으로 박준영 대표는 특수관계인 6인과 합쳐 8.9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 주주현황표. FnGuide 제공

소액주주 “경영진 도덕적 해이 심각”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회사는 2020년 이후 약 2000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영근 대표는 같은 기간 급여와 상여금으로 172억원을 수령했다는 것이다.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358억원으로 늘어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회사 정관에 명시된 ‘황금낙하산’ 조항이다. 대표이사 해임 시 100억원, 이사 해임 시 60억원을 지급하는 조항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주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국가연구개발 과제 수행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드러나 정부로부터 73억7000만원의 과태료와 2년간 국가과제 참여 제한 처분까지 받았다.

경영진에 대한 불신은 자회사 관련 자금 운용에서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 자회사 VGXI에 1484억원을 대여한 뒤 204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회수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영진의 사익 추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이와 관련해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에 대한 검증과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고 있다. 불투명한 자금 운용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 주주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진원생명과학의 2대 주주인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는 지난 23일 진원생명과학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 등 가처분,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 사건에서 승소했다. 동반성장 측의 주장이 전부 인용된 것이다.

동반성장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동반성장 측이 제시한 정관변경 및 사내이사·사외이사 감사 선임의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정관 변경에 있어 기존 이사·감사, 대표이사가 해임될 경우 60억원 100억원, 30억원의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제도’를 폐지하는 게 골자다.

현재 동반성장과 진원생명과학의 최대주주인 박영근 대표의 지분율 격차는 2% 남짓으로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의 향방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형국이다. 

주주연대 활동 플랫폼 액트 CI. 홈페이지

한국 자본시장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보호 이뤄지나?

진원생명과학은 사실상 매년 수백억원을 전환사채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기업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어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날로 커졌다.

이번 진원생명과학 사태는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국가연구개발 과제 참여 제한 처분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며 “향후 2년간 정부 과제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과 기술 개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은 단순한 항의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법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주 측이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회사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주주명부 열람, 이사회 의사록 확인, 임시주총 소집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윤태준 소장은 “이번 사태는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와 불투명한 자금 운용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대표적 사례”라며 “주주 행동주의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소액주주연대는 향후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진 교체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지배구조의 벽에 부딪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바이오테크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성과와 경영진 보상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진원생명과학 사태 결과에 따라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환경경제학

환경경제학

“밤 11시인데 소음이 너무 심하지 않나요?” 수도권 신도시의 한 아파트 거주민은 요즘 밤마다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힘들다고 말한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