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금융사고 몸살 앓는 은행들…내부 통제 미흡에 “제도 개선 시급”

경남은행 2천988억원 횡령사고 발생…조사 결과 관리 미흡
BNK금융 측 “횡령 사실 및 금액 뒤늦게 알아…62% 회수 예상”
명령휴가제 있어도 시행률 절반 수준
김수정 경기일보 기자 2023-09-29 09:14:47
/연합뉴스 제공

국내 시중 은행 다수가 자본 적정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사 직원들에 의한 금융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 직원들에 의한 금융사고가 미흡한 내부 통제로 인해 발생한다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9일 최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2천988억원에 대한 횡령사고가 은행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일시적,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수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경남은행에서 대출금 및 대출원리금 상환자금 2천988억원에 대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고자는 투자금융부에서 장기간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대출 서류를 위조하고 허위 대출을 취급해 지인 등 명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PF 대출 차주사의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사고의 원인을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으로 봤다.

실제로 BNK금융은 지난 2014년 10월 경남은행이 지주에 편입된 이후 PF 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한 점검을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은행의 경우 여신관리와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 통제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BNK금융 관계자는 “서류 위조가 전문적으로 이뤄져 횡령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고, 횡령금액이 크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됐다”며 “이 부분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내부 점검 중이고, 검찰 조사도 성실하게 협조할 예정”이라며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재 횡령액 회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62% 정도는 회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경남은행은 이번 금융사고로 수익성 지표 및 자본 적정성 지표가 소폭 저하됐다. 하지만 한국신용평가는 실질적인 손실 규모를 감안했을 때 이번 사고가 은행의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이 밝힌 횡령금액은 수차례 돌려막기 한 금액을 단순 합계한 결과이고, 실제 순 횡령액은 595억원이라는 것이다. 

BNK금융 측 역시 “순 횡령액이 당초 발표인 562억원보다 33억원 증가했지만, 이는 이미 대손처리된 특수채권과 미인식수익금”이라며 “재무적 손실(순손실액)은 앞서 공시한 490억원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손실액 595억원 중 105억원은 이미 대손처리된 특수채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행령으로 인한 재무적 손실은 490억원이라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향후 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 개선 내용 및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금융사고로 인한 소송 내용 및 금액, 고객의 신뢰 하락에 따른 재무지표 영향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 ‘명령휴가제’ 있지만…시행률은 절반 수준 그쳐

지난 2012년 우리은행 내부에서 697억3천만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이후, 금감원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명령휴가 제도 대상을 확대하고 강제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내놨다. 

명령휴가제란 현금을 다루는 직원 등 금융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에게 회사가 불시에 휴가 명령을 내리고,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업무내용을 감사해 금융사고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대상 직원 비중이 클수록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명령휴가제 대상 직원 비중은 절반 정도에 그쳐 내부 통제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국회 김희곤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지난 7월 말 기준 명령휴가 대상 직원 비중은 평균 55.8%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1만3천677명 중 82%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어 ▲신한은행(1만3천341명 중 52.8%) ▲KB국민은행(1만6천342명 중 45.7%) ▲하나은행(1만1천675명 중 42.5%)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2천469명 중 60%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경남은행(2천227명 중 61%) ▲제주은행(437명 중 57.2%) ▲광주은행(1천627명 중 50%) ▲전북은행(1천165명 중 46.4%) ▲대구은행(3135명 중 45%) 등 순이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과 은행권이 마련한 ‘국내은행 내부 통제 혁신방안’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은행 내부 통제 혁신방안은 오는 2025년까지 장기근무자 비율을 제한하고, 순환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한은행(52명·0.39%)과 우리은행(6명·0.04%)은 해당 목표치를 준수하고 있지만, 하나은행(702명·6%)과 KB국민은행(842명·5.15%)은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최근 은행 내부 직원의 거액 횡령 사고 등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며 “금융당국은 명령휴가제, 장기근무자 관리 등 내부통제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향후 2~3년내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난 영향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한다. 특히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어서 시행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