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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용인 공장서 30대 직원 사망…M&A 갈등 사이 안전책임자는 공석

아워홈 경영권 분쟁 속 한화 김동선 부사장 참전
한화 인수 직전 안전책임자 공석 중 사고 발생
오너 남매 분쟁 등 한국 재계 지배 구조 민낯 드러내
이현정 기자 2025-04-09 17:25:15
아워홈. 홈페이지

지난 4일 오전 11시 20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아워홈 사업장에서 어묵 냉각 공정을 담당하던 30대 남성 직원 A씨가 냉각 기계에 신체 일부가 끼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9일 새벽 사망했다.

사망 후,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는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하며,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당시 회사의 안전관리 체계는 온전히 작동하고 않았다. 안전 경영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현 시점에서, 기업 현장에서 안전 담당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선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두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 “왜 이 시점에 안전 담당자가 없었는가”

사고의 핵심은 ‘안전관리 책임자의 부재’다. 아워홈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 청와대와 정부부처에서 30년 가까이 재난 대응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 A씨를 안전경영총괄로 영입했다. 그는 관련 저서를 낼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 A씨는 회사와의 계약이 해지돼 자리를 떠났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임’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해임 시점은 공교롭게도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 절차를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월 11일 아워홈 대주주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오는 4월 29일 최종 인수를 앞두고 있다. 내부에서는 안전책임자 A씨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며,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서 조직 정비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비전까지 끌어들여 자금을 조달하려다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의 반반을 불렀다.

실제로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화 인수 절차에 정당성과 투명성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내부 조직 개편이 은밀하게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안전 관리 체계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 겸직 체제가 만든 허점…누가 책임져야 하나

아워홈 측은 “A씨의 계약은 3월 말 만료되었고, 이영표 사장이 3월 초부터 안전경영총괄직을 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전 책임자의 실질적 공백은 한 달 가까이 이어졌고, 그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겸직 체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안전 분야는 ‘겸직’이 아닌 ‘전담’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식품 제조 공장처럼 자동화 기계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사고는 이런 겸직 체제의 취약함이 낳은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이행했는지를 따져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워홈의 경우, 등기상 단독 대표이사인 구미현 회장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고 직후 회사가 발표한 첫 입장문도 이영표 사장 명의로 나갔다. 7일 입장문에서는 “재해 직원의 회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지만, 당시 피해자가 이미 위중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가 사망 가능성을 의식하고도 대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경영권 분쟁이 만든 안전 시스템의 공백

아워홈 내부는 최근 수개월 동안 매각을 둘러싼 혼란에 시달려왔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 전체가 매각만 기다리는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긴장감이 높았다. 핵심 임원진에 대한 거취 불확실성도 커졌다.

한화는 공식적으로 “4월 29일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지은 전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일부 인력들이 사실상 배제되거나 유휴 인력으로 전환됐다는 내부 증언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안전경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까지 흔들렸다. 기업 내부 정치가 직원 생명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이 이번 사고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한 것은 무엇이었나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향후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법의 심판을 넘어서 사회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의 핵심 기능이 마비되고, 그 결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시스템 붕괴다. M&A에 따른 분쟁과 ‘구조의 실패’란 표현이 어울리는 사건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앞선 것은 지분과 인사였다. 사고 발생 당시 안전 총괄은 부재했고, 겸직 체제는 실효성이 없었으며, 대표는 입장 표명을 미뤘다. 그리고 누군가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구조를 책임지라’는 법이다. 그 구조를 흔든 경영 판단, 그 판단의 배경이 된 권력의 재편 과정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사고는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무너진 곳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인과’가 있는 비극이다.

아워홈C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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